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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내 기가 막혀서..
루미너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채 제 앞에 서있는 팬텀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매끈하고 늘씬한 흰 다리가 고스란히 들어나는 붉은색 미니스커트에 흰 블라우스.
체리색의 립글로즈를 진하게 바르고 마스카라로 눈썹을 정리한 채 금발의 긴 머리칼을 한쪽 옆으로 늘어뜨린 그의 모습은..천상 여자였다.
그것도 장난 아니게 유혹적인.
그런데 이 자식은 남자란 말이다.
같은곳에 같은거 달린,남자.
"루미오빠!"
울고싶다.
루미너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나가면서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눈길로 저를 바라보는 동기들과 선배들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갈굼을 당할 것인가.
이게 다 저녀석 때문이야.
으득,이를 간 루미너스는 묘한 표정으로 키득키득 웃는 팬텀의 손목을 낚아채어 교문을 빠져나갔다.
천천히 가자 오빠-하는 팬텀의 말을 가볍게 묵살한 루미너스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를 벽에 세게 밀쳤다.
팬텀..!
"너.이게 무슨 짓이야"
"아이 왜그래 오빠.부끄러워?"
눈꼬리를 주욱 늘려가며 실실 웃는 그의 모습이 그리도 얄미울 수는 없었다.
이걸 어쩌지?때릴까?
시시각각 변해가는 루미너스의 표정을 보며 팬텀은 장난을 슬슬 그만두기로 했다.
이 이상으로 했다가 까만 녀석이 나오기라도 하면,조금 위험하단 말이지?
"어때 샌님.나 이뻤어?"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미안미안.그치만 역시 이뻤지?"
"하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부정하지는 않는 그의 모습에 팬텀은 왜인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그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요즘 샌님.나랑 안 놀아주니까 심심했다구"
"...그래서 우리 학교에 온거냐?그것도 여장한 채로?"
"뭐 어때?샌님 이제 학교에서 유명인 될걸?엄청 이쁜 여자친구 있다고"
"그리고 갈궈지겠지."
"이게 다 미인을 애인으로 둔 사람의 고충 아니겠어?그정도는 감수해야지"
뻔뻔하기는.
자기 입으로 미인이라느니 이쁘다느니 얘기하는 팬텀의 뻔뻔함에 루미너스는 쯧쯧 혀를 찼다.
그게 또 사실이어서 부정할 수도 없고 기분 좋은 고양이마냥 제 손에 얼굴을 부비적대는 팬텀을 보니 낼 화마저 사라졌다.
"그래..내가 너랑 싸워서 뭣 하겠냐.기운만 빠지지"
"헤헤"
"헤헤는 무슨.화장이나 지워라"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에 스윽 문대니 묻어나오는 붉은색에 루미너스는 화장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팬텀이 눈을 살짝 찡그리며,게슴츠레하게 뜨고 무언가 중얼거리는게 아닌가.
"...너스"
"뭐?"
"..자너스"
"안들려.뭐라고?"
고!자!너!스!흥이다 샌님!
다다다다 말을 뱉어내고 루미너스를 확 밀친 팬텀은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쾅 소리나게 문을 닫았다.
화장실에서는 씩씩거리며 루미너스를 욕하는 팬텀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졌고 루미너스는 멍하니 그가 한 말을 곱씹었다.
고자..너스?그러니까,없다고?
뭐가.그게?
이 자식이...
무언가 뚝 끊기는 느낌과 함께 루미너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성큼성큼 화장실 앞까지 간 그가 문을 열어젖히자 보이는 것은 가발을 벗고 물 묻힌 손으로 마스카라를 벅벅 문지르는 팬텀이었다.
"어이.."
"왜 두루미!저리 안가..읍.!"
그대로 손을 뻗어 목을 낚아채듯 끌어당겨 키스하자 보이는 얼굴에는 '당황'이란 감정이 그대로 써있어 루미너스는.아니 이클립스는 비웃었다.
혀를 집어넣어 고른 치열을 흝고 움찔거리며 도망가는 혀를 강하게 빨아들이자 눈을 질끈 감고 힘이 풀려가는 다리를 애써 세우는 모습이 퍽이나 안쓰러웠다.
입술채 집어삼키는 듯한 그의 농염한 키스는 숨이 막힌 팬텀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클립스의 어깨를 퍽퍽 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너..너어..!"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샐쭉한 눈매에 번진 검은 마스카라가 야살스러워 이클립스는 쩝쩝 입맛을 다셨다.
"왜 그런 표정이야?원하던 것 아니었나?"
무릎을 굽혀 팬텀의 입가에 맺힌 타액을 쓸어 핥자 팬텀의 표정이 더욱 빨게졌다.
"그,그걸 왜 먹어!"
"?네 거잖아.평소에 너도 내.."
"그만!"
이 자식은 샌님이 아니구나,깨달은 팬텀은 망연자실.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이클립스가 아니었고 그는 팬텀을 번쩍 안아올려 침대로 향했다.
"야!이거 놔!이클립ㅅ.."
"자꾸 시끄럽게 굴면 밖에서 해버린다."
"......"
한다면 하는 그였기에 팬텀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고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여장까지 하고.그렇게 하고 싶었던거야 팬텀?"
"그..그런거 아니거든?"
"그럼 왜 그 자식 보고 고자라고 했는데?"
..절대로 말 못해.
입을 다물어버린 팬텀을 내려다본 이클립스는 피식 웃었다.
표정에 다 드러나거든,멍청아?
"윽.."
침대에 내던지다시피 팬텀을 올려놓은 이클립스는 넥타이를 끌러내리며 말했다.
"그럼..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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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는 무리.
내 필력이 따라주지를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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